서론
자폐 스펙트럼 아동은 자신의 감정이나 요구를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교사는 이런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늘 새로운 시도를 한다. 특히 ‘보완대체의사소통(AAC)’ 도구는 말을 대신하여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기성 AAC 도구는 아이의 수준이나 관심사에 꼭 맞지 않을 때가 많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의 실제 생활을 관찰하며 맞춤형 의사소통 도구를 직접 제작하게 되었다. 한 학생의 사례를 중심으로, 맞춤형 AAC 제작 과정과 그 안에서 변화된 소통의 순간을 자세히 소개한다.
보완대체의사소통(AAC)의 의미
교사는 AAC를 단순한 보조기기가 아닌, ‘아이의 마음을 시각화하는 언어’로 본다. AAC는 말 대신 그림, 기호, 손짓, 전자기기 등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자폐 아동에게는 낯선 언어보다 익숙한 이미지가 더 빠르게 이해되기 때문에, 시각적 단서가 포함된 AAC는 매우 효과적이다.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교사는 말이 거의 없던 한 학생에게 ‘감정 카드’를 만들어주었다. 처음에는 카드를 던지거나 외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기뻐요”, “싫어요” 카드에 손을 댔다. 이 짧은 행동 하나가 교사에게는 거대한 변화로 느껴졌다.
맞춤형 의사소통 도구 제작의 필요성
부모는 시중에 판매되는 AAC 기기를 사용했지만 아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와 사진에는 반응했으나, 낯선 그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때 교사는 아이의 행동 패턴을 기록하고, 부모와 함께 ‘아이만의 단어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의 하루 일과를 사진으로 찍고, 그중 자주 사용하는 행동을 중심으로 ‘그림 단어장’을 구성했다. 이렇게 만든 맞춤형 도구는 아이의 생활과 직결되어, 사용 빈도와 학습 지속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제작 과정 단계별 정리
1단계: 아동의 의사소통 요구 분석
교사는 수업 중과 쉬는 시간, 식사 시간 등 다양한 상황을 관찰했다.
부모는 가정에서 아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행동을 메모했다.
이 정보를 합쳐 ‘기초 의사소통 어휘표’를 작성했다.
2단계: 핵심 어휘 선정 및 시각화
아이의 실제 사진, 즐겨보는 캐릭터,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촬영했다.
그 이미지를 색감이 부드러운 카드 형태로 인쇄하여 한 장씩 라벨링했다.
카드에는 단순한 문장도 함께 넣어, 단어와 문장 연결을 돕도록 설계했다.
3단계: 도구 사용 훈련
교사는 매일 수업 시작 전, 아이와 함께 카드 고르기 놀이를 진행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식사나 외출 전에 같은 카드를 활용했다.
아이는 점차 ‘선택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고, “하고 싶어요”, “싫어요” 같은 감정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4단계: 피드백과 수정
부모는 하루 끝마다 아이의 반응을 교사에게 문자로 전달했다.
교사는 주간 회의에서 반응을 기록하고, 카드 구성을 조금씩 수정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자 아이는 점점 더 많은 상황에서 카드를 스스로 선택하게 되었다.
실제 사례: ‘나의 일상 이야기북’ 프로젝트
교사는 아이의 하루를 사진으로 기록한 ‘이야기북’을 만들었다. 사진에는 “학교 가요”, “밥 먹어요”, “기뻐요” 같은 간단한 문장을 넣었다. 부모는 집에서도 같은 책을 활용하며 일과를 복습했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된 지 한 달 후, 아이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사진을 가리키며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교사는 그 순간을 보고 “이 아이가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를 스스로 열었다”고 말했다.
가정과 학교의 연계 전략
부모와 교사는 ‘하루 5분 대화 루틴’을 정했다. 학교에서는 아침 조회 시간에 AAC 도구를 활용했고, 가정에서는 식사 전 아이가 직접 카드를 고르도록 했다. 이 단순한 루틴이 아이의 일상 속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훈련으로 발전했다. 부모는 “이제 아이가 눈빛만으로가 아니라 카드로 생각을 표현해요.”라고 말했다.
맞춤형 AAC 제작 시 주의할 점
- 아이의 관심사와 감각 특성을 반영해야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 도구의 복잡성보다 사용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 부모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매일 5분 내 활용을 목표로 한다.
- 새로운 단어를 추가할 때는 아이의 준비도를 반드시 고려한다.
결론
교사와 부모가 함께 만든 맞춤형 의사소통 도구는 단순한 학습 자료가 아니다. 그것은 아이의 세상과의 연결선이며, 자존감의 시작점이다. 아이의 변화는 천천히 오지만, 그 변화를 함께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간이 바로 특수교육의 본질이다. 교사는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부모는 그 믿음을 일상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아이의 소통이 완성된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에게 맞춤형 AAC는 ‘도구’를 넘어 ‘이해의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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